


2022.06.04.토요일
박쥐나무꽃이 딱 하나 남아 있었다.
한바퀴 돌아 십분 후 친구를 데리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주길 바라며 걸음을 서둘렀다.
감사하게도 아직 붙어 있었다.
지난 주에 왔더라면 조롱조롱 달려있는 귀여운 박쥐나무 꽃을 많이 보았을텐데 그 많은 꽃송이 중에 단 한송이가 나를 기다려라도 준듯 고맙게 생각된다.
먼 발치 앵두나무에는 빨간 앵두가 다닥다닥 붙어있다.
손이 닿는 곳이었다면 어릴적 생각을 하며 주위도 예의도 아랑곳없이 옛생각을 하며 한 알 내 입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다.
우리집 뒤곁 샘물 옆에 앵두나무 한그루는 모두 내 것이었으니까.
시장에도 마트에도 앵두는 잘 안보인다.
앵두가 먹고싶은 것이 아니다.
옛생각이 나는 나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.
오늘은 앵두도 보고 아주 이쁘고 족두리처럼 고전적이며 특이하게 생긴 박쥐나무 꽃을 보아서인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내 희미한 눈에서 빛이 나고 힘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.
감사한 하루이다.

빨간 앵두가 많이 달려 있다.